요즘 잠깐만 틈이 생겨도 저는 스마트폰부터 꺼내게 됩니다. 지하철에서 2분만 기다려도 유튜브를 켜고, 걸어가면서도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듣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고요한 시간이 불편해진 것 같습니다. 친구도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카페에서 만났을 때도 서로 대화하다가 잠깐 침묵이 흐르면 바로 핸드폰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이런 모습이 반복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왜 빈 시간을 이렇게 두려워하는 걸까요? 지루함이란 감정은 단순히 할 일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없는 시간이 불편한 이유

현대인들은 조금이라도 비어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5분만 기다려도 스마트폰을 꺼내서 SNS를 확인합니다. 집에서 설거지를 할 때도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봅니다. 처음엔 이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오히려 피곤해지더라고요. 하루 종일 무언가를 듣고 보고 있으니 머리가 쉴 틈이 없었습니다.

이런 습관은 단순히 바쁜 일상 때문이 아닙니다. 내면의 불안감이나 공허함을 외부 자극으로 채우려는 무의식적인 시도일 수 있습니다. 지루한 순간이 찾아오면 우리는 그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계속 무언가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달에 회사 동료와 점심을 먹으면서 이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친구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식사 중에도 계속 핸드폰을 보게 된다고 했습니다.

외부 자극에 계속 의존하다 보면 진짜 나 자신에게 집중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지루함은 사실 우리 내면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잠깐 멈춰서 생각 좀 해봐"라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다른 것으로 관심을 돌립니다. 예전에 친구 집에 갔을 때 그 친구는 청소하면서도 음악을 듣고 있었습니다. 저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대중교통을 기다리거나 빨래를 개는 시간처럼 평범한 순간들을 우리는 하찮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 자체가 에너지를 소모시킵니다. 모든 걸 생산적으로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오히려 삶의 활력을 떨어뜨립니다. 실제로 환경이 지루한 게 아니라 그걸 받아들이는 우리 마음이 문제입니다. 지난주에 저는 출근길에 일부러 이어폰을 빼고 그냥 앉아있어 봤습니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10분쯤 지나니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권태는 우리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혹은 무엇을 피하려고 하는지 묻는 질문일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 권태감의 원인

우리 삶은 예측 가능한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상하고 출근하고 업무를 보고 퇴근해서 잠을 잡니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면서 권태를 느끼게 됩니다. 저도 작년 겨울쯤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매일 똑같은 루틴이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말에 뭔가 특별한 걸 해야 한다는 강박도 생겼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지루함을 회피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취미를 찾거나 디지털 세상 속으로 도피합니다. 저도 유튜브 영상을 계속 보면서 지루함을 피하려고 했습니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귀를 채우는 행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보다는 불편한 생각이나 감정을 피하려는 수단이었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일했던 경비원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처음엔 예술 작품에 매료됐지만 곧 예측 가능한 반복 속에서 권태를 느꼈다고 합니다. 우리도 익숙한 것들 속에서 처음의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이 지루함은 내면의 비판자를 부릅니다. "이 시간은 쓸모없어", "더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해"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저도 청소할 때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런 자기 비판은 권태를 더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결국 더 강한 외부 자극을 찾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줄을 서거나 청소를 하거나 식사 준비를 하는 평범한 순간들을 그냥 견뎌야 할 시간으로 여깁니다. 지난달에 마트에서 계산을 기다리면서도 저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5분도 안 되는 시간인데 그냥 기다리지 못했습니다.

이런 심리적 반복은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놓치게 만듭니다. 항상 특별하고 새로운 것만 추구하면서 일상 속 작은 아름다움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미술관 경비원이 방문객들의 패턴을 발견했듯이, 우리도 빨래를 개면서 옷의 주름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줄을 서면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세심히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다른 자극에 주의를 빼앗깁니다. 권태는 불편하지만 우리 내면이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지루한 시간 활용하는 실천 방법

그 미술관 경비원은 지루함을 넘어 새로운 깨달음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그는 남은 시간을 세는 것을 멈추고 거북이처럼 느린 움직임에 자신을 맡겼습니다. 그러자 지루함이 사라지고 시간의 흐름 자체가 변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고 직접 시도해봤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일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있어 봤습니다.

처음 10분은 정말 불편했습니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하지만 20분쯤 지나니 마음이 조금씩 편해졌습니다. 주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창밖의 바람 소리,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이웃집에서 나는 작은 소음들. 평소엔 전혀 신경 쓰지 않던 것들이었습니다. 이것이 외부 자극 없이 내면의 공간에 머무는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왕자 같은 초연함은 일상적인 순간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합니다. "시간 낭비"라고 여겼던 순간들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경비원이 처음엔 무관심했던 작품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듯이, 저도 평소 스쳐 지나갔던 것들에 관심이 갔습니다. 햇빛이 벽에 만드는 그림자, 나뭇잎의 흔들림, 낯선 사람의 독특한 습관 등. 이건 단지 사물을 보는 행위를 넘어 세상과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되는 과정이었습니다.

권태가 가르쳐주는 건 삶의 풍요로움이 큰 사건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현재 순간에 깊이 머물 때 내면에서 샘솟습니다. 물론 이런 내면의 평화를 찾기 위해선 연습이 필요합니다. 외부 자극에 길들여진 마음은 쉽게 평온을 찾지 못합니다. 저도 아직 매일 실천하진 못하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이렇게 고요한 시간을 갖으려고 합니다.

꾸준히 지루함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연습을 하면 변화가 옵니다. 그 경비원처럼 시간이 더 이상 시간처럼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지루해하는 법을 거의 잊게 되는 경험입니다. 지루함이 없어지는 것을 넘어 우리 의식이 확장됩니다. 모든 순간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는 능력이 단련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진짜 욕구와 내면의 소리에 더 민감해집니다.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지루함은 우리를 공허함으로 이끄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로 향하는 안내자가 될 수 있습니다.